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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시민을 위한 한국사 강좌를 시작하며

하나의 학문과 사상을 온전히 수용하면, 그것은 그 사회의 역사에 깊은 뿌리를 내린다. 서양의 기독교가 그러하고 아시아의 유교와 불교도 또한 마찬가지였다. 역사란 어디서든 한 사회의 정신적 토양이며 문화적 용매이므로, 당연한 일이다. 오늘날의 한국교회는 시대 정신과 동떨어졌다는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우리는 이를 세상과 소통하지 못하는 제도권 주류신학에 대한 비판으로 인식하고, 하나의 “대안적 신학”을 모색하고 있다. 지금까지 서구의 다양한 신학 이론이 이 땅에 소개된 것은 엄연한 사실이고, 그 나름으로 적지 않은 의미가 있었으나, 결정적으로 한 가지 아쉬움을 안고 있다.

역사 속에 형성된 한국인의 에토스를 모르는 이론, 한국사회의 영적 필요에 절실하게 부합하지 못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우리는 그런 점을 항상 안타깝게 여겨왔다. 그리하여 “청년신학아카데미”라는 이름으로, 우리는 지난 2016년부터 5년이 넘게 대안을 모색해왔다. 하나님 나라 신학과 실천 성경 해석학을 두 축으로 삼아, 우리의 신앙운동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노력한 것이다. 주로 시의성이 강한 의제/아젠다를 제시하고 신학공부의 기초적 토대를 새롭게 할 내용을 담는 데 주력하였다. 우리의 공부가 조금씩 깊어지자 한 가지 반성이 일어났다. 우리의 신학 공부가 이 땅의 그리스도인들에게 더욱 깊이 스며들도록 하려면, 한국의 정신사적 배경을 무시해서는 아니 되며 우리 사회에서 지성이 작동하는 구조를 깊이 이해함이 필요하다는 깨침이었다.

그런 이유로 우리는 많은 고민 끝에, 2021년도 가을 ‘청년신학아카데미’에서는 **“기독 시민을 위한 한국사 강좌”**를 열기로 하였다. 한국사는 우리에게 익숙한 것도 사실이지만, 실상은 도식적인 교과서적 지식에 그치고 마는 때가 많다. 학창시절에 배운 한국사 지식만으로는 우리 청년들이 ‘신학함(doing theology)’의 맥락(콘텍스트)이라 할 한국의 사회현실과 직결되기 어렵다. 이러한 반성을 토대로, 우리는 단편적이고 피상적인 실증연구에 의존하기보다는 새롭게 현재와 과거의 활발한 대화를 꾀할 것이다. 또, 한국의 문화와 한국인의 사고구조에 특징적인 여러 요인을 찾아 역사적 여행을 떠나고자 한다. 우리의 한국사 공부는 거시와 미시의 종합인 동시에, 문명 전환기에 접어든 동아시아의 고뇌를 인지하고 서구의 다양한 새로운 관점과 소통을 시도할 것이다. 첫술에 배부를 리도 없으나, 천릿길도 한 걸음에서 시작하지 않을 수가 없다.

강사소개. 백승종 교수

정치, 사회, 문화, 사상의 통합적 연구, 통사와 미시사를 넘나드는 입체적 접근으로 다양한 주제의 역사를 저술해 왔다. 독일 튀빙겐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하고 가르치기 시작해 서강대, 독일 보훔대, 베를린자유대, 독일 막스 플랑크 역사연구소, 경희대학교, 건국대학교, 풀무학교, 한국기술교육대학교 등에서 역사, 문화, 종교, 문학 등을 폭넓게 연구하고 가르쳤다. 동서양 역사의 폭넓은 식견을 가지고 지식을 시민과 공유하는 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있다. 한국사와 서양사를 비교 분석해 《상속의 역사》, 《신사와 선비》, 《도시로 보는 유럽사》 등을 집필했고, 한국의 전통사상을 재해석해 《문장의 시대, 시대의 문장》, 《중용, 조선을 바꾼 한 권의 책》, 《동학에서 미래를 배운다》, 《조선의 아버지들》 등 45권을 저술했다. 깊은 통찰과 섬세한 해설로 독자와 학계의 호응을 얻어 《금서, 시대를 읽다》, 《정조와 불량선비 강이천》으로 각각 한국출판평론학술상, 한국출판문화상을 받았다. 최근 <세종의 선택>(2021)을 출간했다.

방법론적 지향점

이 강좌는 다음의 두 가지를 길잡이로 삼는다. 첫째, 관념과 사상이 사회 안에서 어떻게 육화(incarnation)되는지를 검토하는 지성사(intellectual history)를 추구한다. 현재까지도 의미를 상실하지 않은 역사 속의 중요한 사상과 지성 구조 및 정신적 성향들을, 우리는 주목한다. 역사적 인물과 사건을 통해서 한국 지성사를 깊이 이해하려고 한다. 둘째, 시간적 흐름 속에서 역사가 어떻게 변천하였는지, 우리는 ‘동태적’으로 사물을 이해할 것이다. 어떠한 사상도 시대적 흐름 속에서 그 의미와 기능이 달라질 것은 물론이기 때문이다.

주제별 강의 개요